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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돌아보는 나으 컴퓨터 인생

요한리베르토 2012. 6. 4. 17:51

어머니께서 큰맘먹고 장만해주셨던 최초의 데스크탑은 지금 죄다 내다버려서 반쯤 분해한 뒤의 사진 밖에 남아 있는게 없다

참고로 전면에 보이는 메인보드가 내가 쓰던거고 케이스 및 장착되어 있던 보드는 사촌형이 쓰다 버린 컴

대략적인 사양은 슬롯식 펜티엄 2 400MHz에 64M 램, 리바 TNT 32M 정도로 기억하는데 이 땐 컴퓨터의 K자도 모르던 컴맹이었다

그나저나 저 케이스 그냥 가지고 있을걸 문득 아깝네


킹오파 하나 로딩시키는데 5분이 걸리는 환상의 펜티엄2에 좌절하던 내가 군대에 간 사이 누나는 현주 컴퓨터를 질렀다

내가 전역한 뒤 컴퓨터 한 대로 누나와 투닥거려야하는 시기가 다시 오고 말았는데, 누나는 대인배스럽게 컴퓨터를 새로 산 뒤 이 현주 컴퓨터를 내게 양도했다

노스우드 2.4C에 512M 램, 라데온 9200 SE가 장착된 이 시스템은 휴가 나와서 잠깐 쓸 땐 신세계였으나 전역하고나니 슬슬 똥컴이 되어가고 있었다

기술의 발전이 참 야속하리만큼 빠른 것을 어쩌겠는가

나중가니 후면 팬 중 하나는 맛가서 돌아가지도 않고, 노스우드는 개같이 뜨거웠고, 현주는 망해버렸다

서버용 램을 잘못 사는 등의 시행착오까지 거쳐가며 램을 하나 더 달았지만 크게 나아질 건 없었다

이 때쯤 분해 및 분해의 역순으로 조립이라는 단순한 작업 정도는 할 수 있게 됐다

이 컴은 아래 언급되는 시스템을 장만한 뒤 펜티엄3로 연명하고 있던 사촌동생들에게 양도, 그 녀석들의 품 안에서 최후를 맞이하게 되었다


누나가 지른 주연테크 컴퓨터

프레스캇 524에 1G 램이 장착된 시스템으로, 난 위의 현주 컴퓨터와 싸움하느라 이 쪽은 건들 여유가 없었다

솔직히 CPU만 봤을 땐 확실히 내 것보다 좋아서 탐나긴 했는데 인텔 모니터 표시기의 위엄으로 제대로 된 게임플레이는 불가능에 가까웠다

누나가 시집간 뒤 현재 유지보수는 내가 맡고 있으며 주용도는 어머니의 고스톱 머신


노스지옥의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던 나는 어느날 종종 들리던 모 작가님의 홈페이지 게시판에서 그 작가님의 군 시절 선임이 피방 폐업한다며 컴퓨터들을 싸게 내놓는다는 글을 보게 된다

사양은 윈저 3800+에 1G 램, 그리고 지포스 7600GT로 가격은 25만원이며 장소도 대충 전철타고 10분 정도 거리

노스지옥을 탈출하겠다는 굳은 의지로 나는 그 컴퓨터를 업어왔다

그리고 윈도우즈를 깔고 전원을 키는 순간 내 생애 처음으로 경험해보는 듀얼코어의 쾌적함에 지리고 말았다

노스우드 시절에는 40~50프레임쯤 나왔던 드림캐스트 에뮬레이터도 풀프레임을 뽑아내는 것이 아닌가

이 시기부터 컴갤에 발을 들이며 많은 것을 배웠고, 암드빠 잭애스에게도 종종 가르침을 얻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수치스러운 기억이다

그러나 이 상태로도 무리없이 쓸 수 있었던 것을, 컴갤에 상주하며 쓸데없이 업글병이 도지고 말았다

이 때 윈저 6000+의 가격을 모니터링하다가 지르기 직전까지 갔었는데 안 지르길 참 잘했지


켄츠필드가 그리 좋다며?

싱글커어 - 듀얼커어 - 커드커어로의 급격한 테크트리

내 인생 처음이자 마지막 암드 시스템은 그렇게 반년만에 처분됐고, 난 Q6600을 딱 3기가만 찍어서 써보자는 생각에 당시 저가 라인에서 추천이 자자하던 650i를 메인보드로 간택했다

은박신공까지 썼는데 3기가 안정화는 고사하고 게임하다가도 메모리 덤프가 팍팍팍 떴다

B3도 아니고 G0 스테핑인데 지랄병


당시 정확한 원인을 집어낼 수 없었기에 파워를 바꾸고, 램을 바꾸고, 옷걸이 신공으로 노스 및 사우스 부분에 스팟 쿨링을 가하는 등의 온갖 노력을 했다

잘보면 사우스에 남아도는 방열판 붙여둔게 보인다

그 와중에 깨알같은 랩터 500WP... 파워 바꾼다니까 저거 추천해준 컴갤러들 지옥 갈거야


그래서 엔포수에 GG를 선언하고 네오2FR로 갈아탔다

쿨 패키지라 잘만 CNPS 9500 LED 쿨러도 같이 딸려왔으며 메인보드를 바꾸니 일단 대충 3기가 안정화가 되는 듯 했다


마음의 안정을 찾은 나는 브가를 3850으로 업그레이드했다


하지만 이에 만족하지 못하고 끝물 8800GT로 갈아탔다

램을 4기가로 바꾸면서 운영체제도 비스타 64비트로 바꿨는데, 사블 라이브 5.1 드라이버를 잡을 수가 없어서 눈물을 머금고 떼버렸다


케이스는 헌트키 H302 메르세데스로 교체

이 케이스의 강점은 0.8T의 든든한 강판 두께와 전면부 USB 단자 4개뿐이다


Q6600이나 8800GT나 존나게 뜨거워서 저발열 시스템을 꾀하며 Q9550과 5750으로 옆그레이드를 때려버렸다

코어 전압 1.15V 주고 3.4GHz 찍어서 쓸 때까진 좋았는데 한 2년쯤 쓰고나니까 병신같은 네오2FR의 2번 램슬롯이 맛가면서 동시에 오버클럭도 불가능해졌다

이후 1년간 노오버 Q9550으로 살아가게 되는데 결론적으로 Q6600에서 갈아탄건 완벽한 삽질이었다


3년간 써온 Q9550을 내쳐버리고 샌디브릿지 2500k로의 환승

적당한 가격에 적당하게 오버클럭이 된다는 바이오스타 TP67XE 보드를 선택했으며, 파워는 FSP600 80APN으로 교체한 뒤 랩터 500WP를 신품으로 리콜받아다 그대로 팔아버렸다

CNPS 9500 LED는 브라킷을 물려다 재활용하니까 거의 기본 쿨러에게 싸다구 후려맞을 수준의 온도가 나와서 역시 처분한 뒤 X10 퍼포마로 교체했다

4.4GHz 찍으니까 존나 빨라... 근데 쓸 데가 없어


이제 SSD까지 달았으니 또 3년 정도는 쓸 수 있는 시스템이 완성되었다고 볼 수 있겠다


아니, 브가까진 바꿔야 하나